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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제주 | 책방기록

by 모과양 2023.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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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놀러 갈 때마다는 아니었지만 언젠가부터 서점에 놀러 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나다.

분명 어렸을 때는 엄마가 “책 좀 읽어라, 공부는 안 해도 괜찮으니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라며 나에게 항상 말씀하셔도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드라마 보기 바빴었다.
그런 내가 내 발로 서점에 들어가고 심지어 읽고 싶은 책을 사서 읽기까지 한다.(사람은 변하면 갈 때가 된 거라던데.)

#책과 가까워진 동기
사실 책을 읽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2020년 코로나가 유행되고 있을 때 주식이 갑자기 TV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알려지고 너도나도할것없이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시작할 때쯤 나도 시작하게 되었다. 갑자기 책방이야기하다 웬 주식? 이러겠지만 주식을 하면서 책과 좀 가까워졌기에 주식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주식으로 돈 좀 벌었냐는 말은 고이 접어두는 걸로… 물론 투자해 봤자 극안정주의인 나는 정말 여윳돈으로 조금씩 모아서 시작한 거라 시장이 안 좋았을 때 눈물 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큰 이득도 없었고.. 그냥 아직도 묵묵하게 기다리는 중입니다.)
아무튼! 주식공부를 꼭 하면서 주식을 하는 것이 좋다 하여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 이후 나의 짝꿍이 재미있게 읽었다는 자기 계발서를 추천받아 책 읽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한때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씩 책을 읽고 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읽고 싶을 때마다 읽는다. 그리고 그때는 자기 계발서 책을 위주로 열심히 읽었는데 지금은 자기 계발서보단 내 취향에 더 맞는 책을 찾아 읽는 편이다.

#책 취향
물론 책을 읽으며 무언가 동기를 찾게 되는 것도 좋고 배우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공감을 하며 웃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는 것이 책을 읽을 때 더 재미있게 느껴져 그러한 책을 고르고 구매해 읽고 간직하려 한다.


#제주에서 만난 독립서점들
제주에는 독립서점이 참 많다.
나도 이번에 혼자 여행을 하면서 떨어져 있는 짝꿍과 통화를 하면 나의 오늘 일정을 말해주는데 말할 때마다 책방이 있어 약간 웃기기도 했다.
딱히 책방투어를 해야지!! 한건 아니었다.
놀러 가서 책방을 왜 이렇게 돌아다녔냐고 묻는 다면
“그냥 책방 구경하는 게 재미있어서”
라고 말하려 한다.
그리고 독립서점은 실제로 이곳저곳 가보면 느끼겠지만 공간이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 빼고는 가게마다 주는 느낌이 다르다.
책방주인장의 취향이 가게 인테리어에도 책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들에도 묻어져 있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다. 물론 대형서점처럼 다양성이 있지 않아 편리함만 따지자면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효율만 따지면 독립서점에서만 느껴지는 책으로서 서로 소통하고 공유되는 낭만을 놓칠 수는 없으니까.




제주 책방 | 책방무사

가수 요조 님이 운영하시는 독립서점이다.
뭐랄까.. 이 책방은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마을 한편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 버스만을 이용하는 뚜벅이인 내가 방문하기에는 사실 좀 멀게 느껴지는 책방이었지만 너무 가보고 싶어 무조건!!이라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버스 눈앞에서 놓쳐서 결국 택시 이용함 그래서 너무 편했다는 후기)
어찌 됐든 도착한 책방은 포근하고 예쁜 요조 님의 목소리만큼이나 좋았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그 앞에 앉을 수 있게 놓인 소파도,
정말 오랜 시간 더 머물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좋았다.
책도 요조님의 취향이 잘 담겨있는 것 같아 좋았던 책방무사. 계산하는 곳과 문으로 분리되어 있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안하게 오로지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 기억에 남는다.
아마 이렇게 나눠 놓으신 것도 책방에 놀러 온 사람들을 위한 작은 배려가 아니었을까…?






제주 책방 | 책약방

가장 오랜 시간 여유 있게 하나하나 느낄 수 있었던 책약방.
이곳은 무인으로 운영되는 종달리에 위치한 아주 작은 책방이다.
잠시 머물다가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려 했지만 이곳이 주는 안락함에 다음 일정을 취소하고 미루게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곳에 머물며 사람들이 남기고 간 글들을 보았고 나도 글을 남긴 후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 제주도에 홀로 또 방문을 하게 된다면 여기 이곳에 또 방문할 거다.
너무너무 좋은 기억을 남겨준 책방—.






제주 책방 | 책방 마고&북다마스

우연히 소품샵사장님 추천으로 오게 된 책방 마고.
여기서 내가 좋아하고 실제로 내 집에 있는 책도 발견했고 또 읽고 싶었던 책들도 만날 수 있었다.
책방주인장님 취향이 나랑 비슷한가? 하는 생각들로 천천히 둘러보던 중 눈에 띈 책 “상실이라는 동력”. 책을 펼쳐 밑줄이 그어진 문장을 읽다 보니 처음부터 정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원래 사고 싶었던 책을 내려놓고 이 책으로 구매하게 되었다. 결제하려고 계산대에 가서 책을 내미니….

책방주인장 : 오! 이 책 구매하시게요?

나 : 네.

책방주인장 : 여기 옆쪽으로 쫌 더 가시면 가는곶 세화에 작가님 계실 텐데 만나서 사인도 받으세요!

나 : 오! 작가님이요? 정말 좋아요!! 감사합니다.

책방주인장 : 네~ 감사합니다!
.
.
그렇게 나는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던 언니와가는곶세화라는 카페로 향했고 그 앞에 북다마스라는 움직이는 책방이 있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신기하다 실제로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실제로 보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우연한 만남으로.
소품샵사장님의 추천으로 간 책방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와 구매한 책, 그렇게 우연한 상황 속에서 만나게 된 작가님.
처음이었다.
실제로 책을 쓰신 작가님을 만나 뵙는 건.
이렇게 실제로 뵙고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숙소에 돌아와 책을 읽는데 평소 그냥 책을 읽는 것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뭔가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느낌이어서 더 입체감 있게 글이 읽어진달까?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고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다.

이 책에 관련된 썰을 하나 더 풀자면 내가 머물고 있던 숙소는 게스트하우스였고 나는 그중에서 가장 장기투숙자였기에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그 숙소에 머무는 마지막날밤 두 명의 새로운 여성투숙객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신기한 우연을 발견했다.

투숙객 : 가는곶세화라는 카페도 좋았어요!

나 : 오! 저 거기 가 본 것 같아요! 거기에 제가 산 책을 쓰신 작가님이 계셔서 사인 받으러 갔거든요!

투숙객 : 네??? 혹시 짧은 머리하고 계신…???

나 : 맞아요!!! 그분! 작가님이세요!!

투숙객 : 어떡해.. 저는 그것도 모르고 그분께 저 사진 찍어달라고 했었는데… 아니 작가님이셨다니…!!!ㅜㅜㅜ

이렇게 나와 같은 숙소를 묵으셨던 분과 우연을 공유하며 더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이게 여행의 매력인 듯하다.








제주 책방 | 달책빵

카페와 연결돼 있던 책방.
책방마고에서도 블라인드책을 판매했는데 여기 달책빵에서도 블라인드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렇게 표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책을 사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으나 극안정적인 것을 선호하는 내 손에는 결국 표지가 보이고 뒷면에 조금이나마 이 책의 문구가 적혀있는 책이 들려있다.

제주에 왔으니 제주 관련 가벼운 그림책하나와 지금의 날씨와 딱 어울리는 제목인 아주 짧은 소설 한 편을 구매하고 손은 무겁게 마음은 따뜻하게 만들며 이 책방을 나왔다. 구매한 책을 좀 여유 있게 읽다 가고 싶었지만 역시나 뚜벅이에겐 해가 저무는 시간은 위험하기에 그냥 책만 사서 나와 숙소에 도착해 순식간에 읽었다.
책을 산 건 전혀 후회 없는 소비였다.










| 에필로그

제주 책방에서 구매 한 책들
언제 어느 책방에서 구매했는지 잊고 싶지 않아서 계속 그때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추억하고 싶어서
메모를 해 붙여놓았다.
앞으로도 책을 직접 책방에 가서 구매하게 되면 이렇게 하는 것이 나 혼자만의 약속이다.


“상실이라는 동력”에서 좋았던 문장.


“제주스러운 날들” 표지이자 책에 꽂혀있던 그림을 내 책상 벽 공간에 붙여놓았다.
꽤 귀여워서.
내 짝꿍은 이 그림의 두 여자를 보고 젊은 시절의 나, 먼 미래의 나의 모습이라고 말해주었는데
이 해석이 좋아서 그림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행복했던 제주의 책방 기록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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